유쾌한 건축가 부부를 위한 유쾌한 집, 8 하우스

Jihyun Lee Jihyun Lee
.8 HOUSE, .8 / TENHACHI .8 / TENHACHI Kit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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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사람이 있다. 비록 그 사람을 잘 알진 못해도, 그냥 왠지 모르게 유쾌하고 좋은 사람일 것만 같아 절로 호감이 간다. 공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문을 열고 한 발짝 안으로 내디뎠을 때 느낌이 좋은 공간이 있는 반면, 왠지 모르게 불편하고 떠나고 싶은 공간이 있기 마련이다. 오늘의 기사에선 유쾌한 한 가족이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소식을 전한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호감형의 이 가족은, 그들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빼닮은 유쾌한 공간에서 살고 있다. 틀에 박힌 공간 구조를 거부한 채, 가족이 진정으로 원하는 공간을 담고 원하는 대로 자유로이 스타일링 하는 것이 그들이 선택한 공간 설계법이다. 이 유쾌한 집의 이름은 8 House. 그럼 지금부터 8 House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설계: .8/Tenhachi  Tomoko Sasaki, Kei Sato / 위치: 일본 가나가와 현 가와사키 시 / 면적: 67m² / 완공: 2015년 / 사진: Akihide Mishima

평범했던 일본 집에서 유쾌한 주거공간으로

8 House는 리노베이션을 통해 평범했던 일본 집에서 유쾌한 주거공간으로 거듭난 사례다. 기존 아파트의 불필요한 내벽을 모두 허물고 주방의 위치를 옮기는 등의 복잡한 사안이 포함된 큰 규모의 리모델링 프로젝트였다. 위의 두 사진에서 알 수 있듯, 리모델링 전과 후는 같은 공간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전혀 다른 모습이다. 구조만 일부 변경하고 홈 스타일 위주로 비교적 수월한 리모델링을 진행할 수도 있었지만, 건축주 자신이 건축가였던 만큼 100%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하고자 했다.

시원하게 열린 주방

8 House의 거실은 다소 독특한 구조를 취한다. 이 거실에선 소파를 찾아볼 수 없는데, 이는 거실 소파가 TV 중심으로 배치되던 기존의 거실 구조를 철저하게 거부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거실의 주인공은 소파가 아닌, 시원하게 열린 주방이 되었다. 

주방은 일반적인 일본 가정의 주방보다 2배 정도 넓은 큰 규모로 계획되었다. 가장 안쪽엔 넓은 수납장이 자리하고, 그 앞엔 조리와 다이닝 테이블의 기능을 겸비한 독립형 아일랜드가 자리한다. 벽면을 바라보고 요리하는 방식이 아닌, 가족을 바라보며 요리할 수 있단 점에서 건축가의 배려심을 엿볼 수 있다.

소통적인 공간

주방 앞쪽엔 TV와 아이가 좋아하는 공중 그네가 설치되어 있어, 요리하며 지루할 틈이 없다. TV 요리 프로그램을 보며 레시피를 따라 할 수도 있고, 그네 타는 아이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요리할 수 있어 요리의 즐거움은 배가 된다. 

폭이 넓은 주방 아일랜드는 조리대뿐만 아니라 다이닝 테이블 기능까지 겸비하고 있다. 기다란 구조이므로 테이블보단 오히려 바(Bar)의 형태에 더욱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곳은 간단하게 식사 한 끼를 해결하기에도 좋고, 여러 지인을 초대하여 그동안 열심히 갈고닦았던 요리 실력을 발휘해보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다. 다이닝 바 앞엔 각양각색의 의자를 배치하여 공간에 다채로운 표정을 더했다. 소통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주방 공간이다.

거실 공간

다음으로 거실 공간을 살펴보자. 거실 중앙 벽면은 결이 돋보이는 목제 패널로 마감하여 포인트를 주었고, 그 위에 주방 이용자의 눈높이에 맞춰 벽걸이 TV를 달았다. 바닥 중앙엔 색이 바랜 빈티지 러그를 깔고, 그 옆엔 편한 착석감으로 소문난 Eames 디자인의 흔들의자를 놓아두었다. 비록 소파가 없어도, 그 빈자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유쾌하고 소통적인 거실 공간이다. 이 밖에도 거실 창가에 마련한 식물 진열대, 천장 벽면의 여유 공간을 활용한 수납공간 등도 주목할만한 건축가의 아이디어다.

거실 반대편

반대편에서 바라본 거실의 모습이다. 사진에 보이듯, 주방 옆으로 이색적인 공간이 펼쳐짐을 알 수 있다. 어떠한 색다른 공간이 자리하고 있는지 계속해서 살펴보자.

침실과 다락방

이번 리모델링 프로젝트에서 건축가는 구조물을 통해 색다른 공간을 창출하는 설계 기법을 주로 사용했다. 벽면으로 공간을 나누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닌, 각 방을 박스에 담아두는 방식을 택했다. 이러한 설계 기법을 통해 다채로운 표정을 가진 공간을 연출할 수 있었고, 다락방처럼 예기치 못했던 이색적인 공간도 얻을 수 있었다. 

사진 속 좌측 박스엔 침실과 다락방이 자리하고, 우측 박스엔 욕실이 배치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마치 전시장의 부스(Booth)를 보는 듯한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다락방

어릴 적 유년 시절을 되돌아보면, 구석진 공간에 나만의 숨은 아지트를 만들기 좋아했었다. 언제나 사교적일 것만 같은 아이들도 사실 가끔은 숨은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다락방이나 아이 방 텐트, 침대 캐노피처럼 독립되고 아늑한 공간 분위기를 만드는 아이템들이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 건축가는 아들을 위해 다락방이란 아늑한 공간을 선물해 주었다. 그리고 그 아래엔 건축가 부부를 위한 침실이 자리한다. 계속해서 침실의 모습도 함께 살펴보자.

건축주 부부를 위한 아늑한 침실

다락방에서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면 건축주 부부를 위한 아늑한 침실 공간과 마주하게 된다. 침실은 크게 침대, 옷장, 화장대로 구성되어 있다. 박스형 구조물 하나만으로 다락방과 침실이란 공간을 얻고, 더 나아가 옷장과 화장대 공간까지 확보할 수 있었으니 실보다 득이 많은 공간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침실의 바닥 높이를 한 단 정도 낮춰 공간의 영역성과 독립성을 확보한 아이디어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박스에 담긴 욕실

다음으로 침실 반대편에 자리한 욕실을 살펴볼 차례다. 박스에 담긴 욕실의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 깊다. 공간의 개방감을 위해 욕실 문 대신 커튼을 달아두었다. 일반 가정용 욕실이라곤 믿기 힘들 정도로 남다른 디자인이 돋보인다. 마치 욕실 디자인 박람회에 온 듯한 이색적인 공간적 경험을 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건축가가 의도했던 바가 아닐까 한다. 

욕실은 욕조, 샤워 부스, 세면대로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화이트&우드 인테리어를 통해 한층 더 쾌적하고 편안한 욕실 분위기를 자아냈다. 또한, 습기가 머무르지 않도록 환풍기도 잊지 않고 설치해두었다.

기발한 수납 아이디어

아파트 곳곳엔 건축가의 재치 있는 아이디어에서 태어난 창의적인 공간들이 자리한다. 벽면 하나라도 그냥 비워두지 않고, 수납 기능을 더함으로써 유익한 공간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이 중에서도 자전거를 수납할 수 있는 벽면 아이디어가 특히 돋보인다. 자전거를 그냥 바닥에 세워두면 바닥이 쉽게 더러워지고 공간도 많이 차지하는데, 이렇게 벽면에 걸어두니 공간이 한결 깔끔하고 쾌적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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